정지연 기자 (서울중평초등학교 /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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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은 해마다 추석과 설에는 군산에 있는 할머니 집에 갔다가 김제에 있는 외갓집에 들른다. 그곳에 가면 할머니, 할아버지가 반겨 주시고 사촌들과 갖가지 놀이를 할 수 있다. 두둥실 떠오른 보름달을 보면 해마다 겪은 여러 가지 추석 이야기가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그 가운데 몇가지를 푸른누리 마당에서 함께 나누고 싶다.
첫째, 내가 명절 때마다 하는 일은 엄마와 할머니를 도와 전을 부치는 것이다. 나는 주로 명태나 고구마 같은 재료에 밀가루 묻히는 일을 한다. 그러면 할머니가 계란 옷을 입혀 달궈진 후라이팬 위에 올린다. 지글지글 익으면 엄마가 전을 뒤집기도 하고 꺼내서 채반 위에 예쁘게 담는다. 어쩌면 쉽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몇 시간씩 앉아 밀가루를 묻히다 보면 일어날 때 할머니처럼 "에구구" 소리가 절로 나온다. 전이 가득 담긴 채반을 들여다볼 때와 내가 만든 전을 친척들이 맛있게 먹을 때는 정말 뿌듯하다.
둘째, 외갓집 마당에서 모닥불을 피워놓고 사촌들과 논다. 어른들이 통나무를 쌓아 놓고 불을 피워주면 우리는 그 주위에 모여 술래잡기를 한다. 가끔 흥에 겨워 강강술래를 하며 모닥불 주위를 돌기도 한다. 감나무에 걸린 보름달을 보며 타닥타닥 타오르는 모닥불 속에 구워먹는 감자는 그 맛이 일품이다.
셋째, 초록색 쑥물을 들인 맵쌀가루를 반죽하여 먹음직스러운 송편을 빚기도 한다. 할머니가 송편을 3개 빚을 동안 나는 하나도 못 만들 때가 많다. 주로 반죽을 손으로 조물락거리며 놀거나 소로 넣는 깨소금을 떠먹기에 바쁘다. 어느 정도 만들다가 지루해지면 예쁜 송편이 아니라 우주선 모양이나 똥 모양과 같은 재미있는 송편을 만들어 할머니께 큰 웃음을 드리기도 한다.
이밖에 성묘길에 따온 밤을 까다가 가시에 찔리기도 하고, 은파 유원지나 새만금 방조제에 나가 바람을 쐬기도 한다. 할머니 집에 내려갈 때도 서울로 돌아올 때도 길이 막혀 힘들지만, 매년 추석이 기다려지는 이유는 이렇게 쌓여가는 추억 때문인 듯하다.
정지연 기자 (서울중평초등학교 / 4학년)